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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미국의소리(VOA) 방송 본사 건물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VOA 등 축소 결정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벌이는 한 시민의 모습. EPA=연합뉴스
북한 등 독재 국가를 비판해온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을 사실상 폐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정에 38년간 장기 집권한 훈 센 캄보디아 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하고 고맙다"면서 환영했다.
반면 현지 인권단체는 신뢰할 수 있는 매체를 잃게 됐다며 반발했다.
18일(현지시간) 프놈펜포스트·크메르타임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훈 센 전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뉴스와의 싸움에서 세계를 이끄는 용기를 우리는 높이 평가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전 세계의 가짜뉴스, 허위 정보, 거짓말, 왜곡, 선동, 혼란을 근절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또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말했듯이 일부 국가의 미국에 대한 신뢰 부족은 미국 언론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뉴스 네트워크의 소수 기자와 뉴스 진행자의 언행은 국가 원수나 정부 수반보다 더 오만하고 미덕과 윤리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국가 학술기관 캄보디아 왕립 아카데미의 양 뻬오 사무총장도 미국의 자금 지원을 받는 매체에 의해 잘못 알려지고 있다고 느끼는 나라에서는 VOA 등의 매체 축소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런 매체가 미 정부의 관점을 반영하지만, 소셜미디어와 인공지능(AI)이 지배하는 시대에는 불필요해졌을 수 있다면서 캄보디아는 이미 충분한 언론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캄보디아 인권단체 리카도(LICADHO)의 운영 국장인 암 삼 앗은 "캄보디아에서 이 두 라디오 방송국(VOA와 RFA)은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신뢰할 수 있는 매체 역할을 하면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은 언론의 자유, 정보권, 표현의 자유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옹호자로 여겨지지만, 이번 결정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입장과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국가 정부들이 자국 정책에 대한 비판의 출처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이런 미국 지원을 받는 매체의 폐쇄를 환영한다고 전했다.
VOA와 RFA는 북한, 중국은 물론 동남아에서도 캄보디아, 베트남 등 민주주의 체제와 거리가 있는 각국의 인권 상황에 대해 집중적이고 비판적으로 보도해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VOA, RFA, 자유유럽방송(RFE) 등을 거느린 정부 기관 미 글로벌미디어국(USAGM)의 기능과 인력을 최소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VOA의 경우 1천300명 직원 대부분이 휴직 처리되는 등 이들 매체가 사실상 문을 닫게 되자 중국 관영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거짓말 공장'이 사라지게 됐다며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