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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귀국한 바딤 크라시코프(왼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타스=연합뉴스 자료사진
독일 정부가 러시아 정보기관에 암살된 체첸 반군 지도자의 가족들을 조지아로 추방했다고 주간지 차이트 등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내무부는 지난 23일 브란덴부르크주에 있는 주라브 칸고슈빌리의 집을 급습해 휴대전화 등을 압수한 뒤 자녀들과 함께 전세기에 태워 추방했다.
그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 바딤 크라시코프에 의해 독일 베를린에서 살해된 전 체첸 반군 지휘관 젤림칸 칸고슈빌리의 동생이다.
주라브는 형과 마찬가지로 독일에서 망명을 허가받지 못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지난해 이마저도 기각됐다.
독일 내무부는 조지아 트빌리시로 향하는 전세기에 48명이 탑승했다고 밝혔다.
주라브는 1999∼2009년 제2차 체첸 전쟁 당시 젤림칸과 함께 러시아군에 맞서 싸웠다. 주라브와 그의 가족은 독일에 거주하는 동안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고 독일 매체들은 전했다.
크라시코프는 2019년 8월 베를린의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젤림칸에게 접근해 소음기를 장착한 권총으로 살해했다.
범행 장소를 따 '티어가르텐 살인자'로 불린 그는 독일 법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으나 지난해 8월 러시아와 미국의 수감자 교환으로 석방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를 '애국자'라고 지칭하며 독일 감옥에서 빼내는 데 공을 들였다.
독일 정부는 난민을 줄이기 위해 망명 신청이 기각된 불법체류 외국인을 적극 추방하고 있다.
현지 매체 ntv에 따르면 올 들어 추방된 조지아 국적자는 1천379명으로 튀르키예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로빈 바게너 녹색당 의원은 "러시아 정권의 청부살인은 이 가족에 대한 정치적 박해의 증거"라며 추방 조치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