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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회의 주재하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 로이터/크렘린궁 제공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사거리가 '무제한'이라고 주장하는 신형 핵추진 대륙간 순항 미사일 '부레베스트니크'에 대한 중요한 시험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타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군복 차림으로 한 전투사령부를 방문,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 관여하는 군사령관들과 회의하며 "부레베스트니크의 결정적 실험이 완료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사일을 전투 임무에 투입하기 전 해야 할 일이 많지만 핵심 과제는 달성됐다"며 미사일 배치 전 최종 단계에 대한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푸틴 대통령은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에게 "이 무기를 분류하고, 배치에 필요한 인프라 준비를 시작하며 잠재적 사용 방법을 정의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부레베스트니크에 대해 "전 세계 다른 누구도 소유하지 않은 독특한 제품"이라며 "우리가 처음 이 무기의 개발 단계에 있다고 발표했을 때 고위급 전문가들조차 달성할 가치가 있는 목표지만 단기에 실현하기 불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핵 억지력 현대성은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지난 21일 부레베스트니크 시험 발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보고하면서 "이 미사일은 약 15시간 동안 공중에 머무르며 최소 1만4천㎞를 비행했다며 "이것이 한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부레베스트니크가 원자력을 이용해 비행했으며, 미사일 방어와 대공 방어 시스템을 회피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또 어떤 거리에 있는 고도로 보호된 장소에도 보장된 정밀도로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SSC-X-9 스카이폴'이라고 부르는 부레베스트니크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고, 오랜 시간 저공으로 비행하면서 미국의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회피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18년 3월 부레베스트니크 개발을 처음 공개하면서 "지구 어디든지 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탑재된 소형 원자로에서 동력을 확보해 사실상 사거리가 무제한이고 경로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무적'이라고 자랑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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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사령관들과 회의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타스/크렘린궁 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2일 전략핵전력 훈련도 감독했다. 당시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바렌츠해의 전략핵잠수함이 시네바 탄도 미사일을, 투폴레프(Tu)-95MS 전략폭격기가 공중발사 순항 미사일을 각각 발사하며 육해공 핵 구성요소를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핵전력 과시는 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싼 푸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헝가리 부다페스트 정상회담이 사실상 무산되고 미국이 러시아 대형 석유 회사 2곳에 제재를 가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미국은 모스크바도 타격할 수 있는 토마호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토마호크 미사일의 우크라이나 제공이 갈등을 확대하는 행위라고 비난하고 이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면 심각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러시아는 전략핵무기 수를 제한하는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이 내년 2월 만료되는 상황에서 이 조약을 1년간 자체 연장하자고 미국에 제안한 상태이기도 하다.
이런 배경에서 푸틴 대통령이 부레베스트니크 배치를 위한 막바지 단계에 있다고 발표한 것은 러시아가 서방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2023년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철회를 앞두고도 부레베스트니크 실험에 성공했다고 언급하는 등 서방과 대립이 고조될 때마다 핵전력을 과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26일 사령관들에게 "우선 과제는 우리 군인의 안전과 생명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불필요한 사상자를 줄이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의 항복을 보장하는 조치도 취하라고 주문했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하르키우주,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 자포리자주 등에서 진격하며 전과를 올리고 있다고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