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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에서 운용하는 F/A-18 슈퍼호넷 전투기.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남중국해에 배치된 미 항공모함 니미츠호에서 지난 26일(현지시간) 이례적으로 잇따라 발생한 함재기 추락사고와 관련, 미 해군은 이번 사고가 불량연료에 의한 것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99년 9월 한국 공군에서 발생했던 '맹물전투기 추락사고'와 유사한 사례일 가능성에 대해 미 해군 당국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군사전문지 USNI뉴스는 27일 이번 사고의 초기 조사에 정통한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날 잇따라 발생한 두 대의 함재기 추락사고의 주요 원인이 오염된 연료에 의해 발생했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다만 이들 소식통은 최종적으로 조사를 마치면 초기 조사와는 다른 결론에 이를 수도 있다며 사고에 대한 완전한 조사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 해군 태평양 함대에 따르면 지난 26일 남중국해에서 작전 중이던 항공모함 니미츠호에서 각각 이륙한 전투기와 헬리콥터가 잇따라 추락하는 이례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먼저 당일 오후 2시 45분께 정규 작전을 수행하던 MH-60R 시호크 헬리콥터가 항모에서 이륙했다가 얼마 되지 않아 바다로 추락했고, 30분 정도 뒤에는 F/A-18F 슈퍼호넷 전투기가 작전 중 바다로 추락했다.

헬리콥터에 탔던 3명 전원은 곧장 구조됐고 큰 부상은 없으며, 전투기 조종사 2명도 추락 전 탈출해 무사히 복귀했다고 해군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말레이시아 방문을 마치고 일본으로 향하던 중 전용기인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잇단 함재기 추락 사고에 대해 알고 있다면서, 범죄행위(foul play)가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선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불량연료(가 문제)일 수 있다. 불량연료(가 사고원인일) 가능성이 있다. 매우 이례적이긴 하지만 그것(불량연료에 의한 사고)이 발생한다. 그들(해군당국)은 불량연료(가 원인)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밝혀낼 것이다. 숨길 것이 없다"고 말했다.

USNI뉴스에 따르면 이번에 추락사고를 낸 F/A-18 슈퍼호넷 전투기와 MH-60R 시호크 헬리콥터는 JP-5 연료로 운용되며, 이는 니미츠호의 유류탱크에 저장됐다가 항공기에 급유된다.

JP-5는 제조비용이 높지만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항공연료인 JP-4에 비해 인화점이 높아 화재 위험이 적고 안정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항공모함 함재기에서 주로 쓰인다.

미 해군 군수지원사령부는 미 국방부가 승인한 전세계 연료원에서 JP-5를 공급받아 함대급유함을 통해 항모에 제공한다.

니미츠급 항모에는 최대 300만 갤런의 항공연료를 담을 수 있는 저장탱크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 해군은 불순물에 오염된 불량연료에 의한 항공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유류탱크에서부터 항모 갑판에 있는 항공기에 연료를 주입할 때까지 여러 단계에 걸쳐 순도 테스트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에 잇단 함재기 추락사고의 원인이 불량연료에 의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이는 급유과정에 여러 차례의 순도테스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앞서 지난 1999년 9월 한국 공군에서는 물이 다량 포함된, 불량 연료를 주입한 F-5 전투기가 작전 중 추락하는 사고로 조종사 2명이 숨지는 일이 발생해 '맹물 전투기 추락사고'로 불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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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출항 당시 미 항공모함 니미츠호 모습. AP=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