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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인 미국 엔비디아가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의 한국 개최를 계기로 국내 주요 기업들과 대규모 AI 칩 공급계약을 맺는다.
이번 계약은 AI 3대 강국을 목표로 적극적인 AI 산업 진흥책을 펼치고 있는 한국 정부의 기조에 부합할뿐더러 미·중 무역 갈등 속 시장 다변화를 추진하는 엔비디아에도 득이 되는 '윈윈' 계약으로 여겨지고 있다.
29일 재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삼성전자, SK, 현대차그룹, 네이버 등 국내 주요 기업에 AI 반도체를 공급하는 신규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오는 31일 공개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각 사와 개별적으로 공급 계약을 체결한다. 구체적인 공급 규모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계약은 오는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특별세션 전에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를 이끄는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APEC 행사 참석을 위해 방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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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미국서 만난 젠슨황 엔비디아 CEO(중간)과 이재용, 최태원 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앞서 황 CEO는 30일 서울 강남 인근에서 열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만찬 회동에서 계약과 관련한 내용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는 당초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과의 3자 회동으로 알려졌으나 계약 당사자인 SK그룹 최태원 회장 등도 추가로 합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이번 계약이 주요 AI 컴퓨팅 센터로 거듭나고자 하는 한국과의 파트너십 강화를 원하는 황 CEO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이는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국가전략산업으로 AI를 육성 중인 한국 정부의 기조에도 부합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경주 예술의전당 화랑홀에서 열린 'APEC CEO 서밋' 행사 특별연설에서 "'모두를 위한 AI'의 비전이 APEC의 뉴노멀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며 "대한민국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AI 이니셔티브를 제안할 예정"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황 CEO도 전날 워싱턴DC에서 열린 개발자 행사(GTC)에서 이번 계약과 관련, "한국 국민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두 정말로 기뻐할 만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한국의 반도체 생태계를 보면 모든 한국 기업 하나하나가 깊은 친구이자 훌륭한 파트너"라고 밝혔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시장 확대를 목표로 이전부터 국내 주요 기업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해왔다.
삼성전자는 현재 5세대 HBM 제품인 'HBM3E 12단'이 엔비디아의 테스트를 통과해 납품을 앞두고 있는 등 엔비디아와 이전부터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또 SK와 더불어 엔비디아가 오픈AI, 소프트뱅크와 함께 추진 중인 거대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 전방위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AI 연산 효율 혁신을 위한 삼성전자 데이터센터에 엔비디아의 AI 반도체가 공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K그룹과 관련해선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울산에 건립하는 약 7조원(약 49억달러) 규모의 AI 데이터센터에도 엔비디아의 칩이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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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CEO 만난 정의선 회장(중간)과 네이버 최수연 대표(왼쪽). 연합뉴스 자료사진
엔비디아는 현대차그룹과는 올해 1월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의 가속 컴퓨팅 하드웨어와 생성형 AI 개발 도구를 활용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로보틱스 등 모빌리티 설루션을 지능화하고, 산하 로보틱스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통해 AI 기반 로봇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의 AI 칩은 현대차그룹의 신사업인 자율주행, SDV, 로봇 등에 활용될 전망이다.
네이버는 엔비디아와 긴밀한 AI 동맹을 맺어온 대표 국내 기업이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지난 5월 대만에서 황 CEO를 만나 엔비디아의 GPU 자원을 활용한 AI 데이터센터 사업 방안 등 양사의 협업 가능성을 논의했다.
이번 계약을 계기로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에 엔비디아의 AI 모듈형 플랫폼 NeMo를 결합해 대규모 AI를 고도화하는 구축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AI 강국 도약을 원하는 한국 정부와 시장 확대를 노리는 엔비디아에 모두 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