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포스트=김도하 기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촉발된 양측의 전쟁이 1년을 꽉 채운 6일(현지시간) 중동은 한층 짙어진 전운에 휩싸였다.
이스라엘은 대(對)이란 보복 공습을 저울질하는 한편으로 적들의 공격에 대비해 경계를 강화했고, 이란도 이스라엘의 재보복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며 최고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포성이 격화하며 사상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며 휴전을 요구하는 시위와 하마스 기습으로 희생된 유대인을 추모하는 이스라엘 지지 시위가 잇따랐다.
◇ 고조된 전운에 이스라엘-이란 경계 강화
AP와 로이터통신,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당국은 최근 국내에서 테러 공격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7일 하마스의 자국 기습 1년을 맞아 테러 공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전국에서 경계태세를 강화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1년 전 하마스 기습공격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식을 이날 개최할 예정이다.
하마스 기습 1주년 하루 전인 6일에는 이스라엘 남부 베에르셰바에서 총격이 벌어져 경찰관 1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지난 1일에는 텔아비브에서 하마스가 배후를 자처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7명이 사망했다.
이란에서는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에 대비해 이날 밤 일부 항공편 운항을 중단했다가 해제하는 등 최고 경계 태세를 취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일 자국을 겨냥해 탄도미사일 약 200개를 쏜 이란에 재보복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핵 시설까지 타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레바논 접경지의 한 군사기지를 방문해 장병들에게 "싸우자. 우리는 함께 승리할 것"이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같은 날 네바팀 공군기지를 방문해 이란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나 레바논 베이루트처럼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군 장병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능력뿐 아니라 의지와 인내를 요구하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말하며 전쟁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 가자지구서 다시 높아진 포성·레바논서도 격렬한 공습
최근 이스라엘이 화력을 레바논 남부로 집중시키면서 한동안 포성이 잦아들었던 가자지구에는 전쟁 발발 1년을 앞두고 다시 포화가 거세졌다.
로이터와 AP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6일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 지역의 이슬람 사원과 학교에 숨겨진 하마스 지휘통제 센터를 "정밀 타격했다"고 밝혔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정부 언론국은 이스라엘군의 데이르알발라 폭격으로 최소 26명이 숨지고 93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같은 날 가자 북부 자발리아도 공습했다. 군은 하마스가 자발리아에서 재결집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해당 지역을 포위하고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발리아 공습으로는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7명이 사망했다고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밝혔다. 주민들은 전쟁 발발 초기 수준으로 격렬했던 이번 공습으로 공포에 떨었다면서 "전쟁이 돌아왔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가자지구 북부의 베히트라히야와 자발리아에는 이스라엘 전차가 수개월 만에 다시 밀고 들어왔다고 가자 보건 당국과 의료진은 전했다.
레바논에서는 지난달 말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겨냥해 국경을 넘어 지상작전을 시작한 이후 밤새 최대 규모 공습이 있었다.
6일 밤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와 공항 근처 건물들이 융단폭격을 당했고 7일 아침에도 연기가 피어올랐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공습에 앞서 베이루트 남부 외곽 지역에 대피령을 내리고 해당 지역에 잇는 헤즈볼라 무기 저장고 등 거점을 공격했다고 설명했다.
분쟁 감시 비정부기구(NGO)인 '무장 분쟁 위치 및 사건 자료 프로젝트'(ACLED)는 이번 공격이 최근 2주간 있었던 이스라엘군의 공습 가운데 가장 격렬했다고 분석했다.
헤즈볼라도 맞불 공격에 나서 7일 새벽 이스라엘 북부 도시 하이파 인근의 이스라엘군 기지를 로켓으로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이 가운데 일부를 요격했다고 말했으나 현지 언론은 약 10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 친팔레스타인 vs 친이스라엘…전 세계서 시위 이어져
유럽과 중동, 아시아, 미주, 호주 등 세계 곳곳에서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며 휴전을 요구하는 시위와 하마스 기습으로 희생된 유대인을 추모하는 이스라엘 지지 집회가 잇따랐다.
모로코의 수도 라바트에서는 6일 가자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의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열렸다. 시위에 참가한 수천 명은 의회 앞을 행진하며 가자지구·레바논에서의 휴전을 촉구하고 정부에 이스라엘과의 국교를 단절하라고 요구했다.
호주 시드니와 멜버른에서도 친 팔레스타인 시위대 수천 명이 모여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며 연대를 표명했다. 일부 참가자는 이스라엘 국기 가운데 나치 문장을 그려서 흔들다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는 수도 자카르타의 미국 대사관 앞에 1천여명이 모여 이스라엘에 무기 공급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같은 날 수천 명이 모여 1년 전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숨진 유대인을 추모했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브란덴부르크문 일대에서 친 이스라엘 시위대 수백명이 이스라엘 국기와 '반유대주의 규탄' 등의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며 하마스를 향해 인질을 석방하라고 외쳤다.
영국 런던의 하이드파크에서도 시위대 수천 명이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들의 사진과 이스라엘 국기를 들었고,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도 1천여명이 비슷한 추모 행사를 열었다.
저작권자 ⓒ 제너럴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