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1월 31일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 제6차 예비회담 개최 모습. 통일부 제공

최근 남북을 '적대적 2국가'로 규정하며 비무장지대(DMZ)에 장벽을 설치하고 있는 북한이 과거엔 한민족임을 강조하며 남측의 대전차 방벽을 허물라고 주장했다는 점이 남북회담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통일부는 1984년 9월부터 1990년 7월까지 정치·경제·체육 분야 남북 회담 문서 2천266쪽이 담긴 남북대화 사료집 12, 13권과 남북대화 사료집 회의록 제2권을 13일 공개했다.

1989년 2월부터 1년 5개월간 이어진 남북고위급회담 예비회담 회의록을 보면 북한은 휴전선 인근 콘크리트 장벽 철거를 요구하며 남한이 교류 물꼬를 트는데 소극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측 대표 백남순은 1990년 1월 31일 제6차 예비회담에서 우리 군이 구축한 대전차 방어용 방벽을 두고 "나라 안에 군사분계선이 있는 것만 해도 가슴 아픈 일인데 인공적으로 쌓아놓은 장벽까지 있는 것은 민족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훗날 외무상에 오른 백남순은 당시 정무관 참사 직함으로 백남준이라는 가명을 사용해 회담장에 앉았다.

백남순은 고위급회담 절차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장벽 철거 문제를 제기해 토의를 피하고 있다는 남측 지적엔 "콘크리트 장벽을 허무는 것으로부터 그 폐쇄 정책을 없앨 데 대해서 표시해야 한다"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DMZ 북측으로 장벽을 세우고 남북을 연결하는 철도·도로마저 폭파하는 등 단절 조치에 골몰하는 북한의 현재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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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1월 15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 제4차 예비회담에서 회담 참석 남북 대표단이 서로 악수하는 모습. 통일부 제공

북한은 남북이 같은 민족인 만큼 회담 명칭도 서로 다른 나라라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백남순은 1989년 11월 15일 제4차 예비회담에서 "고위당국자회담 또는 총리회담이라는 귀측의 회담명칭에는 우리 인민의 통일 의지가 잘 반영되어 있지 못하며 나라와 나라사이의 회담에서 일반적으로 호칭되는 명칭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개된 사료집에는 분단 이후 최초로 개최된 남북경제회담(1984년 11월∼1985년 11월)과 남북국회회담 예비접촉(1985년 7∼9월), 남북고위급회담 예비회담(1989년 2월∼1990년 7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중재로 열린 로잔 남북체육회담(1985년 10월∼1986년 6월) 등의 진행 과정과 회의록이 포함됐다.

남북회담 문서는 2022년 이래 이번이 여섯번째 공개다.

통일부는 보다 편하게 남북회담 문서를 열람할 수 있도록 온라인 방식을 도입했다. 공개 목록과 방법은 남북관계관리단 누리집(https://dialogue.unikorea.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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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회담 사료집 제13권. 통일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