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UPI=연합뉴스 자료사진[

프랑스 정치인이 140년 전 미국 건국 100주년 때 프랑스가 미국에 선물한 '자유의 여신상'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자유의 여신상이 상징하는 자유가 곳곳에서 훼손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16일(현지시간) 일간 르피가로 등 프랑스 언론들에 따르면 라파엘 글뤽스만 유럽의회 의원은 이날 파리에서 한 대중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을 비판하며 "자유의 여신상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독재자들 편에 서기로 한 미국인들, 학문의 자유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과학자들을 해고한 미국인들에게 말하겠다. 우리에게 자유의 여신상을 돌려달라"고 했고, 지지자들 사이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글뤽스만 의원은 프랑스의 중도좌파 정당 '플라스 퓌블리크' 소속 정치인으로, 현재 유럽의회 의원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우리가 (자유의 여신상을) 선물했는데 당신들은 그것을 업신여긴다"면서, 자유의 여신상이 "여기에 있으면 참 좋을 것"이라고 했다.

뉴욕의 관문 리버티섬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 독립전쟁 당시 영국에 맞서 미국인들과 함께 싸웠던 프랑스가 1876년 미국의 독립 100주년을 맞아 양국의 우정을 축복하며 미국에 선물한 초대형 조형물이다.

프랑스 조각가 프레데리크 오귀스트 바르톨디가 설계하고 에펠탑으로 유명한 건축가 귀스타브 에펠이 시공에 참여해 1886년 완공된 자유의 여신상은 뉴욕, 나아가 미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배편으로 대서양을 건너 뉴욕으로 들어오던 유럽 이민자들이 미국의 관문에서 처음 마주쳤던 자유의 여신상은 '아메리칸 드림'과 자유를 상징하며 140년간 미국인 뿐 아니라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X
지난 2월 독일 쾰른 카니발에 등장한 트럼프와 '자유의 여신상' 풍자물.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자유의 여신상을 돌려달라는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기조를 폐지하겠다면서 과학과 대외원조 등의 부문에서 대규모로 인력을 줄이고 예산지원을 삭감하는 한편, 대외적으로 관세장벽을 세워 자유무역의 가치를 훼손하고 우크라이나전쟁의 종전 문제를 놓고 러시아와 밀착하는 상황을 비판하면서 나왔다.

자유의 여신상이 상징하는 자유를 트럼프 정부와 강성지지자들이 훼손하고 있으니 차라리 돌려받는 게 낫겠단 것이다.

글뤽스만 의원은 그러면서 "혁신·자유·탐구 정신으로 당신들의 나라를 초강대국으로 만든 사람들을 그렇게 해고하고 내쫓을 거라면 우리가 그들을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의 일방주의적인 행보로 인해 미국을 찾는 관광객들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의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16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과 호전적인 언사를 우려하며 미국 여행을 취소하는 외국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2월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특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에서 미국을 찾는 관광객은 2월에 11%나 급감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미국 대신 호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한다.

올해 미국의 외국인 관광객은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관광데이터 분석기업 투어리즘 이코노믹스는 올해 미국의 외국인 관광이 5% 감소해 산업 규모가 640억달러(93조원 상당)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투어리즘 이코노믹스는 올해 미국의 외국인 관광이 9%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트럼프 행정부의 극단적인 정책들과 언사"를 이유로 지난달 전망치를 대폭 하향조정했다.

X
불켜진 자유의 여신상. UPI=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