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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 대법원.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사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들의 표적이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시행한 각종 정책이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자 지지자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방대법원 보수화의 상징적인 존재인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도 트럼프 지지자들의 분노를 피해 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배럿 대법관은 2020년 9월 '진보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별세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임명을 강행한 여성 법조인이다.

이후 배럿 대법관은 미시시피주(州)의 낙태금지법에 대한 합헌 판결 등으로 보수파의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지지층은 배럿 대법관을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의 부작용을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하고 있다.

예일대나 하버드대 출신 남성 법관이 아닌 그가 대법관이 된 것은 공화당 내 DEI 정서 때문이었다는 취지다.

이 같은 공격은 최근 연방대법원이 국제개발처(USAID)의 외국 원조와 관련한 하급 법원의 결정을 번복해 달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을 5-4로 기각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배럿 대법관이 진보성향의 대법관들과 함께 기각에 표결했다는 사실이 트럼프 지지층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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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선서를 하는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좌측 첫번째). UPI=연합뉴스 자료사진

친(親)민주당 성향 로펌의 활동을 제한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에 제동을 건 워싱턴DC 연방 지법의 베릴 하월 판사도 노골적인 공격 대상이 됐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리(유타) 연방 상원의원은 하월 판사의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부패한 판사를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에 해고된 연방 기관 수습 직원 수천 명을 복직시키라는 명령을 한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의 윌리엄 앨서프 판사도 공격을 받았다.

채드 미젤 법무부 장관 비서실장은 지난 12일 엑스(X·옛 트위터)에 엘서프 판사의 복직 명령을 언급하면서 "국가의 권력을 사법부가 장악하려는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가장 숨김없이 드러내는 인물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사실상 '2인자' 역할을 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다.

머스크는 "미국에서 민주적 지배 질서를 회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탄사들을 탄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단 사법부는 이 같은 비난이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선 판사들과 가족들에 대한 위협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사법 행정 기구인 사법회의 실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제프리 서튼 판사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판사들에 대한 위협을 언급하면서 "인터넷 때문인지, 사회의 이념적 양극화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같은 현상이 최근 심화했다"고 지적했다.